홍대 인디하면 어쩔 수 없이 대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96학번, 게다가 학교는 홍대. 인디 음악이 폭발하던 바로 그 당시에 나는 20살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쳤는데, 당연히 밴드를 결성해 록 스타가 되는 꿈을 수도 없이 꿨더랬다. 그러나 재능과 열정이 부족해 기타 연주를 취미로만 한정한 뒤에는 메뚜기처럼 클럽을 쏘다니면서 지금 이 씨디의 리스트를 장식하고 있는 밴드들의 라이브를 보고 또 봤다. 글쎄, 예를 들어 크라잉넛의 골수 팬이 아니고서야 나보다 크라잉넛의 라이브를 많이 본 팬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홍대 인디의 상징으로 떠올랐는지, 그 과정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다. 비단 크라잉넛뿐만이 아니다. 홍대 인디에서 서식한 수많은 밴드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홍대가 있을 수 있다는 건, 주관적인 믿음이 아닌 객관적인 상식과 역사로서의 영역에 속한다. 2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홍대 앞은 달라져도 참 많이 달라졌다. 그 많던 라이브 클럽은 몇 개 남지 않았고, 개성 넘치는 공간들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파워를 못 이겨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자리를 내줬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끝끝내 이 거리를 지키고자 했고, 현재에도 지키고 있는 뮤지션과 밴드들이다. 너무 지겹고 빤한 표현이라 쓰고 싶지 않지만, 특정 맥락이나 상황 속에서 쓸 수밖에 없는 표현들이 있다.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그렇다. 이를테면 홍대 인디는 우리 대중음악에 있어 다양성을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20년을 지켜온 그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갈채를 보낸다.
인디 20 (인디 20주년 기념 앨범 Part.2)
TAG: